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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문화

베트남식 아이스커피(까페쓰어다) 맛보기

(쓰고보니 서론이 좀 기네요... 읽기 귀찮은 분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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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베트남 파견 오기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에 대한 정보라고는 호치민, 공산주의, 베트남전 정도 밖에 몰랐습니다..


그러고보니... 흡사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한국전쟁, 핵, 분단국가 정도 밖에 모르는거랑 별반 다를게 없네요.. (그나마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일부 기업의 약진 등으로 조금 나아졌지만...)


회사일때문에 막상 베트남에 와보니 제가 모르던 사실이 너무 많더군요...


그 중 하나가 커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길거리마다 무슨 커피점이 이렇게 많은지.... 아니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를 입에 달고사네?


알고보니 세계 커피 생산 순위에서 베트남이 2위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2012년에는 세계 1위였던 브라질의 작황이 안좋아 잠깐이나마 월간 순위 1위를 한 적도 있다고 하니 대단하네요...



커피생산순위를 찾으려고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DB를 뒤졌는데 2009년까지의 자료만 있네요.. ㅡㅡ;;

(http://faostat.fao.org/site/609/DesktopDefault.aspx?PageID=609#ancor)


결국 ICO(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 올림픽위원회 아닙니다.. ㅡㅡ;)에서 자료 찾아서 링크합니다... 


http://www.ico.org/historical/2010-19/PDF/TOTPRODUCTION.pdf


(블로그 글 하나 쓰면서 이 무슨 진지병인지 모르겠네요... ㅠㅠ)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에디오피카, 자메이카, 콜롬비아 커피는 알아도 베트남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커피 품종 문제이기도 한데....



원두는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집니다..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 그리고.. 리베리카(Liverica)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리베리카는 쓴 맛이 강해 맛이 떨어지고 아프리카의 오랜 가뭄으로 생산이 급격히 저하되어 현재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디오피아가 원산지인 아라비카는 전세계 커피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간 신맛을 띄고 향이 좋아 흔히 말하는 원두(드립)커피로 대부분 사용됩니다..


그런데 근래들어 TV에서 광고를 많이 하고 있지요... 아라비카~ 커피를 간편하게 즐기네 어쩌네 하면서요... ^^


이걸 자꾸 광고하는 이유가 예전에는 인스턴트 커피 원재료로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점점 고급 제품을 선호하면서 로부스타 대신 아라비카를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프림 대신 우유를 넣는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것 처럼요.. ^^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콩고가 원산지인 로부스타는 아라비카보다는 카페인 함량이 2~3배 가량 높고 쓴맛이 강하여 향이 떨어지지만 저렴한 생산 비용(병충해에 강하고 1년에 3~5회 수확 가능-아라비카는 1~2회)으로 인해 블렌딩이나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사용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인스턴트 커피는 대부분 베트남산 로부스타 원두로 만들어집니다.. ^^;



베트남은 1857년 프랑스 선교사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베트남 전쟁 이후 정부의 주도하에 본격적으로 커피 생산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1990년 초반까지는 커피에 관련된 모든 사업을 정부에서 맡아서 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담배처럼요....


물론 이제는 민간에도 개방을 해서 하이랜드나 쯩우웬 같은 민간회사들이 많이 진출해있습니다..



로부스타만 따지면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드립커피 또한 자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로부스타를 사용합니다... 대신 특유의 쓴맛을 잡기위해 연유를 듬뿍 넣어 마시죠.. ^^


(재미있는건 우리나라에서도 10여년 전까지는 이 로부스타로 블랙커피를 만들어 먹었다는것... 그래서 블랙커피는 쓰고 맛 없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하긴 지금도 뭐.. 저가형 자판기 커피 드시면 맛이 참....) 



아.. 이러면 이야기가 자꾸 다른 길로 빠지는데.. ㅜㅜ



90년대 후반 커피 가격의 붕괴에 베트남이 한 몫을 했다는걸 아시나요? ^^


제가 대학 들어갈때만해도 커피점 가격이 현재 커피 가격이랑 별반 다를게 없었는데 군대를 다녀오니 점점 커피 가격이 저렴해지더군요.... 아.. 나이인증... ㅠㅠ 그러다가 스타벅스 덕분에 다시 상승.... ㅡㅡ;;


초기 프렌차이즈 형태의 커피전문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두 수급의 균형이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거래가 많은데 작황에 따른 수급 변화때문에 가격차이가 심해지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미국을 선두로 한 강대국은 커피 생산이 집중되어 있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의 빈곤으로 인한 공산화를 우려해 세계국제커피협정을 만들어 강제적으로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켜주었습니다...


그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공산주의의 위협이 사라지자 몇 년 뒤 미국은 이 협정에서 탈퇴를 하였고 빈곤한 국가들은 더더욱 커피 생산에 뛰어들게 되어 공급의 과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미국은 오히려 중남미 중심으로 수입하던 커피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베트남 커피 생산을 뒤에서 지원하여 커피 가격의 폭락을 유도합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놈들...


그래서 1990대 후반 폭락 수준으로 떨어진 커피 가격은 커피 재배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반대로 그렇게 저렴하게 원두를 구입하고 향상된 블렌딩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해내는 커피회사와 다국적 커피전문점들은 날이 갈수록 이익이 쌓여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이런 불공정한 무역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고 최소한의 커피 가격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탄생한게 많이 들어보셨을 공정무역입니다.. (사실 시민운동 단체들이 추구하는 공정 무역 품목 중 하나일뿐이죠... ^^;;)


그러니 공정무역 커피 애용하세요.. 느닷없이 캠페인이 되버렸...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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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 길었네요... ^^;;


베트남 커피에 관하여 기억하셔야 하는 용어는 4가지면 됩니다...


커피 : Ca Phe (까페)

뜨거운 물 : Nong (농)

얼음 : Da (다)

연유 : Sua ong Tho (쓰어 옹 토) - 일반적으로 Sua(쓰어)로 줄여서 사용합니다..


이 단어를 조합하면 커피 주문이 가능해집니다.. ^^


뜨거운 블랙 커피를 마시고 싶다...   까페 +  농

차갑고 달달한 냉커피를 마시고 싶다...   까페 + 쓰어 + 다


참.. 쉽죠?  그러니 꼭 기억해두세요... ^^


그럼 이제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호치민 1군에 있는 빈컴센터 쯩우웬 커피전문점에 자주 가다보니 어느새 죽돌이 단골손님으로 직원들이 인식하는듯...


제가 매번 시키는게 54,000동짜리 냉커피인데 이젠 메뉴 가져와서 '이거 시킬꺼죠?' 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고개 끄덕이면 다른 페이지 보여주지도 않고 그냥 가져가는 수준... 


!!! 이 놈들이.... 가끔은 레몬 신또가 먹고싶단 말이다..... ㅋㅋㅋ


하여간 직원에게 사진 좀 찍자고 양해를 구하고 주방에 들어가서 찍었습니다.. ^^;






제품별로 이렇게 번호를 붙여놨더군요..


요 놈들!!! 한국 돌아가기전에 뚜껑 순서 바꿔버릴꺼야 ^^






곱게 분쇄된 커피를 3스푼 정도 핀에 눌러담습니다..


여기서 잠깐!!!!


베트남 드립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인 Cafe Pin(까페핀)은 간편하게 드립을 할 수 있는 양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드립용기입니다...


현지에서는 오백원 ~ 이천원이면 구입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저렴한게 6천원이라지요?


이거나 좀 수입해서 팔까? ㅡㅡ;;;




톡톡~ 쳐서 골고루 자리를 잡게 만든 뒤..






프레스 역할을 하는 중간 마개로 눌러줍니다..


이 때 너무 강하게 누르면 물이 잘 빠지지 않으니 적당히 눌러주세요..






그렇게 커피를 눌러담은 핀을 커피잔 위에 올려놓습니다..


아!!!


커피잔에는 연유를 미리 넣어둡니다...


잔에 담긴 연유 위로 드립된 커피가 떨어지는거지요... ^^


(다른 분들 글을 읽으니 한국에서 판매하는 연유는 현지에서 먹던 맛이 안난다는데 한국 갈때 무거운 연유를 사가야하는게 아닌지 걱정이네요.. ^^;;)


처음에는 초벌로 중간뚜껑까지 물을 부어 커피가 물을 흡수할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잠시 후 물을 다 흡수하면 다시 중간마개 손잡이 조금 아래까지 물을 부으세요.. 






찰랑찰랑~






뚜껑을 닫고 드디어 테이블에 세팅된 제 커피...


핀을 보니 조금 덜 눌러졌었나보네요.. 


커피가 내려오는 속도가 빠르면 저렇게 중간에 정체 현상이.. ^^;;


핀에 문제가 있을경우 내려가지 않고 저렇게 중간에 흘러 넘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잠시 기다리면 내려가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제대로 세척을 하지않아 구멍이 막혀버린 경우가 있을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럴땐 핀을 살짝 들어서 아래로 커피가 드립되고 있는지 확인하시고 전혀 빠지지 않았다면 교체 요구하시면 됩니다.. ^^;






중간에 구멍이 뚫려있는 식용 얼음이 담긴 잔에 티스푼과 빨대가 커피를 기다리는군요.....






중간에 삐져나왔던 커피가 내려갔지요? ^^


기다리다 못해 뚜껑을 열어보니 커피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네요...


핀이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책을 좀 읽다보니 어느새 드립이 끝이 났네요.. ^^






이렇게 커피잔에 가득 담긴 진한 커피....


이 상태로 드셔도 됩니다...


그럼 까페농이 되는거죠...


로부스타 특유의 쓴 맛... ^^;;






전 쓴게 싫으니 바닥에 깔린 연유와 잘 섞어보겠습니다...


색깔이 달라졌지요? ^^






이걸 얼음이 담긴 잔에 부어주시면 됩니다...






그럼 간단하게 까페쓰어다 완성!!!!!


한국에서는 커피 대신 차를 마셨는데 베트남 와서 이 달달한 커피를 하루에 한잔씩 안마시면 허전해지게 되었어요... 


(요즘엔 운동하느라 칼로리 조절을 하고 있어서 그냥 까페다(설탕커피) 마십니다만..  ㅠㅠ)


게다가 제 사무실 옆 로컬 까페에서는 단돈 1만동... 사무실에 배달까지 해주는데... ^^;;


커피전문점에서는 4~6만동 정도의 가격이지만 로컬 까페에서는 8000~20000동 정도로 마실수도 있습니다..



까페에서 노트북 켜 놓고... 혹은 책 읽으면서 드립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베트남에서 맛보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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